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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샐러리캡 제도의 허점

by zxcvms170 2026. 3. 4.

V리그 샐러리캡 제도의 허점
V리그 샐러리캡 제도의 허점

V리그는 2005-06시즌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선수 연봉 총액에 상한선을 두어 구단 간 전력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도입 당시에는 프로스포츠 리그로서 꽤 진지한 시도처럼 보였고, 실제로 일부 구단의 무분별한 연봉 경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이 제도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샐러리캡이 규정집에는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형식적인 장치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제도의 골격은 그럴듯하지만, 세부 운용 방식과 예외 조항의 구조가 허술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의도한 효과를 절반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에서 세 가지 관점으로 그 허점을 짚어보겠습니다.


1. 외국인 선수 연봉이 캡 산정에서 빠지는 구조

V리그 샐러리캡 제도에서 가장 근본적인 허점은 외국인 선수 연봉이 캡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선수는 팀당 1명(여자부 기준)을 보유할 수 있는데, 이 선수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샐러리캡 총액 산정에서 제외됩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선수 시장을 보호하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드는 비용을 별도로 취급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구조가 구단 간 격차를 오히려 벌리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현실을 보면, 외국인 선수 한 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내 선수 두세 명을 합친 것보다 클 때가 많습니다. 득점력, 블로킹, 서브 압박 등 여러 측면에서 외국인 에이스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그 선수에게 드는 비용이 캡에서 빠진다면, 재정력이 강한 구단은 고액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도 국내 선수 연봉은 캡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이중 구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재정이 약한 구단은 외국인 선수 영입 자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외국인 선수 경쟁이 곧 순위 경쟁이 되는 구조가 고착됩니다.

필자가 몇 시즌 동안 V리그 경기를 꾸준히 관람하면서 주목한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 차이가 시즌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리그의 흥미가 국내 선수들의 역량 경쟁보다 외국인 선수 영입전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샐러리캡이 리그의 균형을 위한 장치라면,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원이 그 장치 밖에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선수 연봉 수준이 구단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약 구조는 기본 연봉 외에도 성과급, 숙소 제공, 항공비, 생활 지원비 등 다양한 부가 비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항목들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관련 지출 전체를 캡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제도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합니다. 제도가 균형을 목표로 한다면, 측정되지 않는 변수를 제도 밖에 두는 것은 균형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2. 옵션 계약과 인센티브 항목의 불투명한 처리

두 번째 허점은 계약 구조의 복잡성에서 비롯됩니다. V리그 선수 계약에는 기본 연봉 외에 옵션 조항과 인센티브 항목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항목들이 샐러리캡 계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리그 규정상 캡 산정 기준은 기본 연봉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인센티브 항목은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전에 캡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논리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구단은 기본 연봉을 낮게 설정하고 성과 조건부 인센티브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캡을 의도적으로 낮춰 신고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구조적입니다. 특정 구단이 악의적으로 규정을 악용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제도 자체가 이런 방식을 허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력 있는 선수와 계약할 때 기본 연봉을 캡 한도 내로 맞추고, 경기 출전 횟수나 팀 성적에 연동된 인센티브를 별도로 설정한다면, 그 선수가 실제로 받아가는 총 보수는 캡 신고 금액보다 상당히 높을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이런 계약 관행은 낯설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른 리그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사용된다는 이야기를 현장 관계자들과 나눈 적이 있고, V리그라고 예외일 이유가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검증 수단의 부재입니다. V리그 연맹이 각 구단의 계약 세부 내용을 실질적으로 감사하는 구조가 갖추어져 있는지 의문입니다. 계약서 제출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가 조항이나 별도 합의 사항까지 모두 검토하는 실질적인 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서류 위의 숫자를 관리하는 데 그칩니다. NFL이나 NBA처럼 샐러리캡을 엄격하게 운용하는 리그들은 회계 감사 전담팀과 독립적인 검토 기구를 두고 있습니다. V리그는 리그 규모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인센티브 항목 전체를 캡 산정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습니다.

옵션 계약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구단이 선수와 다년 계약을 맺을 때, 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연봉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라면 어느 시점의 금액을 캡에 반영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합니다. 이런 불분명함이 구단에 유리하게 해석될 때, 결과적으로 상위 구단은 실질적으로 더 많은 연봉을 집행하면서도 제도적 제약을 피해 가는 방식이 생깁니다. 규정의 모호성은 언제나 힘 있는 쪽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리그 운영진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3. 캡 위반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 억지력을 갖지 못하는 문제

세 번째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허점은 위반 시 제재의 수준입니다. 어떤 규정이든 실효성을 가지려면 위반했을 때의 결과가 위반으로 얻는 이익보다 커야 합니다. 이것은 제도 설계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런데 V리그 샐러리캡 제도에서 캡을 초과한 구단에 가해지는 제재는 대체로 벌금과 드래프트 지명권 제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정도 제재가 우승을 목표로 하는 구단에 실질적인 억지력으로 작동할지는 회의적입니다.

프로스포츠에서 우승의 가치는 단순한 트로피 이상입니다. 팬층 확대, 스폰서 수입 증가, 선수단 사기, 구단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복합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 맥락에서 일정 금액의 벌금은 우승을 위한 투자 비용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구단 운영비 중 연봉 비중이 크지 않은 모기업을 배경으로 둔 팀이라면, 캡 초과에 따른 벌금은 경영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드래프트 지명권 제한 역시 생각보다 강력한 제재가 아닙니다. V리그 드래프트는 NBA나 NFL 드래프트처럼 리그 전력 판도를 크게 바꾸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신인 선수가 즉시 전력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이미 경쟁력 있는 선수단을 갖춘 구단이라면 드래프트 지명권 한두 개를 잃는 것이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제재의 실효성은 구단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재정력이 강한 구단에는 약한 제재가, 재정력이 약한 구단에는 강한 제재로 체감될 수 있다는 역설이 생깁니다.

필자는 샐러리캡 제도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작동한다면 리그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팬들에게 더 균형 잡힌 리그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외국인 선수 비용이 제외되고, 인센티브 항목이 불투명하게 처리되며, 위반 시 제재가 미약한 구조에서는 샐러리캡이 있으나 마나 한 장치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리그가 진정한 균형을 원한다면,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구체적인 개정 작업이 필요합니다. 규정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제도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