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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2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 vs 정관장

by zxcvms170 2026. 3. 10.

 

2026.03.02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 vs 정관장
2026.03.02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 vs 정관장

1. 실바 3000득점, 그런데 왜 기쁘지 않았나

2026년 3월 2일, 삼일절 대체공휴일에 열린 V리그 여자부 단독 경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정관장이 맞붙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실바가 V리그 역대 17번째로 통산 3000득점을 돌파한 순간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3000득점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V리그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더구나 실바는 이번 시즌 998점을 기록 중으로, V리그 사상 첫 3년 연속 1000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까지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 기록이 전혀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3000득점을 달성하는 바로 그 경기에서 팀이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기 때문이다. 실바 혼자 24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팀은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개인 기록의 감동이 팀의 패배 속에 완전히 묻혀버린 장면이었다. 기록 달성 직후 실바의 표정이 어땠을지, 경기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개인으로서는 축하받아야 할 순간인데 팀 분위기상 그 기쁨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이미 GS칼텍스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V리그 여자부에서 외국인 선수의 득점 기록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 실바처럼 압도적인 득점력을 가진 선수가 3000점을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GS칼텍스가 실바에게 의존해온 세월이 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화려한 기록 뒤에 팀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실바는 이날도 혼자였다. 3000득점이라는 훈장이 오히려 팀의 민낯을 더 선명하게 보이게 만든 셈이었다.

이번 시즌 실바의 개인 기록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압도적이다. 세트당 득점, 공격 성공률, 득점 점유율 모두 상위권이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허용된 쿼터 내에서 실바만큼 팀 득점에 기여하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진정한 에이스는 팀을 이기게 만드는 선수여야 한다. 실바가 아무리 잘해도 주변이 받쳐주지 않으면 승리는 없다. 실제로 이날 실바의 24점은 팀 전체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이 함께 채워줘야 할 점수를 실바 혼자 메우려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내 생각엔 3000득점 달성의 의미를 온전히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록은 남겼지만, 그날의 경기는 남기지 못했다. V리그 역사에 실바의 이름이 17번째 3000득점 선수로 새겨지는 날, GS칼텍스는 최하위 팀에게 셧아웃으로 무너졌다. 이 씁쓸한 대비가 이날 경기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렬한 인상이었다. 실바 입장에서도, 팬 입장에서도, 이날만큼은 기록보다 결과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였을 것이다.

한편 실바는 이날 3년 연속 1000득점이라는 또 다른 역사도 목전에서 미루게 됐다. 이번 시즌 998득점으로 다음 경기에서 단 2점만 추가하면 달성되는 기록이었다. 사소한 숫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3년 연속 1000득점을 기록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 다음 경기에서 이 기록을 마저 채울 것은 분명하지만, 팀 패배 속에서 아쉽게 미뤄진 기록이라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실바에게도, GS칼텍스 팬들에게도, 이날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경기가 됐다.


2. GS칼텍스의 셧아웃 패배, '실바 몰빵 배구'의 한계

정관장은 이날 세트스코어 3-0(25-23, 25-21, 25-16)으로 GS칼텍스를 완파했다. 최하위 팀이 봄배구를 다투는 4위 팀을 셧아웃으로 꺾은 이변이었다. 정관장이 셧아웃 승리를 거둔 것은 지난 1월 1일 한국도로공사전 이후 무려 두 달 만의 일이었다. 박은진이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2득점, 이선우가 14점을 올리며 공격과 블로킹 양면에서 고르게 기여했다. 특히 1세트 18-20으로 뒤진 상황에서 박은진의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장면은 이날 경기의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외국인 선수 자네테도 1세트 결정적 순간에 퀵오픈 공격으로 마무리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반면 GS칼텍스는 실바 24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 전원이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내 생각엔 이것이 단순한 '나쁜 날'이 아니라 이미 수차례 반복돼온 고질적인 구조 문제다. 실바에게 득점 부담이 집중되면, 상대 팀의 블로킹과 수비도 당연히 실바에게 집중된다. 그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이 틈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GS칼텍스는 시즌 내내 그 역할을 해줄 두 번째 공격 옵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실바가 막히는 날은 곧 팀이 무너지는 날이 된다. 이 패턴이 이날 경기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내가 보기에 GS칼텍스의 문제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다. 팀 전술의 설계 자체가 실바 중심으로만 맞춰져 있어서, 실바가 상대에게 철저히 마크당하는 상황에서도 대안적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그 후반부로 갈수록 상대 팀들이 실바를 분석하고 집중 견제하는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GS칼텍스의 전술적 대응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건 감독의 전술 운영 문제이기도 하고, 시즌 전 로스터를 구성할 때부터의 설계 문제이기도 하다.

3세트는 더 충격적이었다. 25-16. 내가 보기에 이건 경기를 사실상 포기한 것에 가까운 스코어였다. 긴장감도 없었고, 반전의 기미도 없었다. 봄배구를 위해 1점이 간절한 팀이 마지막 세트에서 저런 스코어로 무너진다는 건 전술의 문제를 넘어 팀 전체의 멘탈과 집중력 문제로 연결된다. 경기 중 선수들 사이에서 어떤 소통이 이뤄졌는지, 벤치에서 어떤 수정 지시가 내려갔는지가 궁금할 정도였다. 3세트의 모습만 본다면 두 팀 사이에 실력 차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이영택 감독 스스로도 "경기 준비를 못 시키지 않았나 싶다"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감독이 직접 고개를 숙인 만큼, 이날 패배는 단순한 전력 열세로 설명하기 어렵다. 내 생각엔 준비 부족과 전술 대응 실패가 겹친 결과였다. 공휴일 단독 경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집중력 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이유든, 결과는 냉혹했다.

정관장 입장에서는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두 달 만의 셧아웃 승리, 그것도 봄배구 경쟁 팀을 상대로 거둔 완승이었다. 박은진과 이선우의 고른 활약은 정관장이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선수 중심의 팀 배구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최하위 팀이지만 이날만큼은 완성도 있는 팀 배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 경기는 정관장에게도 자존심을 회복한 의미 있는 승리였다.


3. 봄배구 위기, GS칼텍스의 남은 선택지

이날 패배로 GS칼텍스(승점 48·16승 16패)는 3위 흥국생명(승점 53·17승 16패)과의 승점 차가 5점으로 벌어졌다. V리그 여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는 3위와 4위 팀의 승점 차가 3점 이하일 때만 성사된다. 현재 승점 차 5점은 단순 계산으로도 GS칼텍스가 남은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추월하거나 승점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팀이 직접 맞붙는 경기 결과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준PO 성사 자체가 쉽지 않다.

내 생각엔 이날 경기는 GS칼텍스에게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상대가 최하위 정관장이었다는 점, 그것도 셧아웃으로 완패했다는 점, 봄배구 진출의 직접적인 분기점이 될 수 있었던 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패배의 무게는 남다르다.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를 졌다는 것, 그것도 완패로 졌다는 것이 승점 숫자 이상의 심리적 타격을 팀에 줬을 가능성이 크다. 팬 입장에서도 이날 경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 경기만 이겼어도'라는 후회가 시즌이 끝난 뒤에도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남은 경기에서 GS칼텍스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흥국생명의 남은 일정과 전력을 고려하면서 GS칼텍스 자신이 최대한 승점을 쌓아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 상황에서 GS칼텍스가 봄배구에 진출하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첫째, 남은 경기를 최대한 3-0 또는 3-1 승리로 마무리해 승점을 최대한 많이 가져와야 한다. 둘째, 흥국생명이 남은 경기에서 발목이 잡혀야 한다.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봄배구는 없다. GS칼텍스 입장에서는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겼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번 패배가 시즌 전체의 흐름과 연결되는 이유가 있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내내 강팀을 상대로는 어느 정도 경쟁하면서도, 하위권 팀이나 예상 밖의 상대에게 발목을 잡히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내 생각엔 이것이 팀의 완성도가 아직 불충분하다는 신호다. 상대가 누구든 팀 전술을 일관되게 구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강팀이다. 특정 상대에게는 강하고 특정 상대에게는 무너지는 팀은 플레이오프에서도 믿기 어렵다. 설령 봄배구에 진출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실바 몰빵' 구조로는 단기 토너먼트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물론 시즌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배구는 한 경기, 한 세트, 한 랠리에서도 흐름이 뒤집힌다. GS칼텍스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이 있다. 실바 한 명에게 기대는 배구를 지금 당장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남은 경기에서 다른 공격 루트를 가동하고, 팀 전체가 득점에 고르게 관여하는 배구를 보여줄 수 있다면, 결과와 무관하게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반대로 남은 경기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번 시즌의 총평은 하나로 귀결된다. '실바는 위대했고, 팀은 그 위대함을 낭비했다.'

이날 경기의 총평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실바는 할 만큼 했고 팀은 그렇지 못했다. 기록은 실바가 남겼고 경기는 정관장이 가져갔으며 봄배구의 희망은 GS칼텍스가 스스로 걷어찼다. 3000득점이라는 개인 역사와 셧아웃 패배라는 팀 현실이 같은 날 같은 코트에서 공존했다. 그것이 2026년 3월 2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