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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0일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vs IBK기업은행

by zxcvms170 2026. 3. 11.

2026년 03월 10일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vs IBK기업은행
2026년 03월 10일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vs IBK기업은행

1. 5세트 혈투 끝 봄배구 확정, 흥국생명의 저력

2026년 3월 1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맞대결은 이번 시즌 여자부 경기 중 가장 완성도 높은 5세트 드라마 중 하나였다. 세트스코어 3-2(25-20, 23-25, 16-25, 25-19, 15-12). 숫자만 봐도 얼마나 치열한 경기였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1세트 흥국생명의 압도적인 기선 제압, 2·3세트 IBK기업은행의 거센 반격, 4세트 흥국생명의 재역전, 그리고 5세트의 숨막히는 접전까지.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흐름이 이어졌다. 내가 보기에 이 경기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올 시즌 V리그 여자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기 중 하나였다.

흥국생명은 1세트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피치의 속공과 최은지의 오픈, 레베카의 퀵오픈, 이다현의 속공이 연속으로 터지며 7-2로 달아났고, 상대의 연이은 범실까지 겹치면서 13-5까지 격차를 벌렸다. 이 흐름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흥국생명이 공격 배분과 세터 운용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세트 초반 7-2라는 점수 차는 심리적으로도 상대에게 상당한 부담을 줬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물러서지 않았다. 2세트는 중반까지 치열한 접전이었고, 황민경의 서브 득점과 최정민의 퀵오픈으로 마무리하며 IBK기업은행이 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는 더 일방적이었다. 빅토리아를 앞세워 순식간에 20-13으로 달아나며 세트를 따냈다. 세트스코어 1-2, 흥국생명이 쫓기는 입장이 됐다.

4세트는 흥국생명의 저력이 빛난 세트였다. 베테랑 김수지가 오픈과 블로킹으로 연속 득점을 끊어냈고, 정윤주·이나연·피치가 힘을 보태며 흐름을 잡았다. 세트 막판 피치의 블로킹 2개가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5세트는 더 극적이었다. 4-6으로 뒤진 상황에서 최은지와 정윤주의 연속 득점으로 균형을 맞췄고, 상대의 3연속 공격 범실을 틈타 9-6 역전에 성공했다. 정윤주의 퀵오픈으로 10점 고지를 선점하며 승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이 승리로 흥국생명은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승점 57(19승 16패)로 4위 GS칼텍스와의 격차를 6점으로 벌리며 최소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못 박았다. 3연패 후 2연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도 의미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흥국생명이 어떻게 이겼느냐다. 피치 17점, 최은지 17점, 레베카 14점, 정윤주 10점. 특정 선수 한 명에게 모든 부담을 지운 것이 아니라, 네 명이 고르게 득점을 분산하며 팀 배구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날 흥국생명은 단순히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기는 방식을 보여준 경기였다.


2. 빅토리아 35점으로도 진 경기, IBK기업은행의 한계

이날 경기에서 가장 충격적인 숫자는 따로 있었다. IBK기업은행 외국인 에이스 빅토리아의 35점이다.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이었다. 한 선수가 35점을 올리고도 팀이 졌다는 것, 이 사실 하나가 이날 IBK기업은행의 패배 원인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경기를 보는 내내 빅토리아의 플레이는 경이로웠다. 퀵오픈, 백어택, 블로킹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쌓아올렸고, 2·3세트 IBK기업은행이 흐름을 가져올 때 빅토리아는 그 중심에 있었다. 특히 3세트 20-13으로 달아나는 과정에서 빅토리아의 연속 득점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엔 빅토리아 35점이 나왔는데도 졌다는 게 이날 경기의 전부를 말해준다. 빅토리아 혼자 35점을 올리는 동안 나머지 선수들이 그 무게를 함께 나눠 짊어지지 못했다. 육서영이 19점으로 조연 역할을 해줬지만, 그 외 선수들의 득점 기여는 너무 얇았다. 빅토리아와 육서영 두 명이 54점을 책임지는 구조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상대의 블로킹과 수비에 막히자 IBK기업은행의 공격 루트는 사실상 두 개뿐이었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수비 전략이 단순해진다. 빅토리아와 육서영을 집중 마크하면 된다.

이 구조는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의 고질적 문제로 반복됐다. 빅토리아가 막히거나 지치는 순간 팀의 공격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패턴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내가 보기에 IBK기업은행이 봄배구 경쟁에서 계속 불안정한 성적을 보이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빅토리아라는 걸출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원을 팀 전체의 시스템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빅토리아 개인의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하지만 빅토리아가 없으면, 혹은 빅토리아가 흔들리면, IBK기업은행 전체가 흔들린다. 이건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팀 설계의 문제다.

5세트 운영도 아쉬움이 남는다. 4-6으로 앞서가던 IBK기업은행이 3연속 공격 범실로 흐름을 내줬다. 내가 보기에 이건 기술적 실수가 아니라 집중력과 멘탈의 문제였다. 봄배구가 걸린 경기, 결정적인 5세트에서 스스로 공격 범실 3개를 연속으로 쏟아냈다는 건 그 순간 선수들이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오현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경기 전 "이번 시즌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경기"라고 강조했지만, 선수들이 그 중요성을 긍정적인 집중력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압박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IBK기업은행은 이날 패배로 승점 51(16승 18패)에 머물렀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GS칼텍스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서야 하고, 동시에 흥국생명과 승점 차를 3점 이하로 좁혀야 준PO 진출이 가능하다. 복잡한 조건이 붙었다. 이날 경기가 IBK기업은행 스스로 만든 가장 불필요한 난관이었다. 빅토리아 35점을 품고도 봄배구 문턱에서 물러선 이날의 패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3. 레베카 부상 변수, 흥국생명의 진짜 숙제

흥국생명이 이겼다. 4시즌 연속 봄배구를 확정했다. 그런데 내 생각엔 이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득점 장면도, 역전 장면도 아니었다. 4세트와 5세트, 레베카가 선발에서 빠진 장면이었다.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은 레베카의 결장 이유에 대해 "다리에 쥐가 났다"고 짧게 설명했다. 말은 짧았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를 코앞에 둔 시점에 에이스가 4·5세트에 빠졌다는 것, 내가 보기에 이건 작은 이슈가 아니다.

레베카는 1세트에서 7점을 몰아치며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그 기세 그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면 흥국생명은 더 편안한 승리를 거뒀을 것이다. 그러나 레베카는 3세트까지 선발로 출전한 뒤 4세트와 5세트에 자리를 비웠다. 이 상황에서 흥국생명이 4세트를 가져오고 5세트까지 승리했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피치 17점, 최은지 17점, 정윤주 10점. 레베카 없이도 이 세 선수가 공백을 채워냈다. 팀 배구의 성숙도, 그리고 선수층의 두께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4·5세트에서 레베카 없이 버텼다고 해서 플레이오프에서도 그게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규 시즌 후반과 플레이오프는 압박의 차원이 다르다. 상대 팀의 분석 수준도 다르고, 경기 하나하나의 무게도 다르다. 내 생각엔 레베카가 플레이오프에서 온전한 컨디션으로 뛰지 못한다면 흥국생명의 봄배구 전망은 상당히 달라진다. 레베카가 건재할 때 흥국생명은 가장 강한 팀이다. 반대로 레베카의 컨디션이 흔들리면 흥국생명도 흔들린다. 이번 시즌 3월 1일 페퍼저축은행전 패배가 그 증거였다. 레베카 6점, 흥국생명 패배. 그 패턴이 플레이오프에서 반복된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흥국생명에게 남은 정규 시즌 마지막 1경기는 3월 13일 한국도로공사전이다.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정규 시즌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현재 3위 흥국생명(승점 57)과 2위 현대건설(승점 62)의 격차는 5점이다. 현실적으로 2위 탈환은 어렵지만, 3위를 지키며 플레이오프 대진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경기에서 레베카의 컨디션이 어떻게 회복됐는지가 확인되는 것이 흥국생명 팬들 입장에서는 순위보다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날 경기의 총평을 내 시각에서 정리하면 이렇다. 빅토리아 35점 대 흥국생명 4인 분산 득점의 대결에서 팀 배구가 개인기를 이겼다. IBK기업은행은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팀 전체의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했고, 흥국생명은 에이스가 빠진 상황에서도 팀이 버티는 배구를 보여줬다. 그러나 흥국생명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레베카 부상이라는 변수가 봄배구의 무대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것이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가장 큰 미지수로 남아 있다.